책임이 만든 욕심
준비된 리더는 없다
올해를 시작하며 보직을 옮기게 되었다. 내 빈자리를 메워주고 있는 동료와 1on1을 하던 중 흥미로운 질문을 받았다.
“저도 언젠가 이 팀의 개발 리드가 되고 싶은데, 그러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나는 어쩌다 이 팀의 개발 리드가 되었었고, 또 어떻게 그 역할을 해냈던가.
돌이켜보면 시작은 거창한 비전이나 욕심이 아니었다. 그저 전임자가 떠났고, 남은 사람들 중 내가 도메인에 가장 익숙했을 뿐이다.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조용하고 자연스럽게 타이틀을 달았다.
처음엔 부담스러웠다. 직급이 오른 것도 아닌데, ‘리더’라는 이름표가 붙자 많은 문의가 내게 쏟아졌다. 답을 해야 하니 모르는 코드도 파헤쳐야 했고, 여기저기 수소문해야 했다. 리더는 모든 걸 알아야 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모르는 걸 그대로 둬도 되는 자리는 아니었다.
매일 쏟아지는 문제들을 막아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정이 생겨났다. 우리 서비스가 왜 이렇게 만들어졌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가야 덜 고생할지 상상하게 되었다. 단순히 주어진 일을 처리하던 모습을 넘어 팀의 미래를 그리게 되었고, 동료들을 설득하고 싶어졌다.
생각해보니 순서가 반대였다. 비전이 있어서 리더가 된 게 아니라, 리더 역할을 하다 보니 비전을 만들고, 실현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동료에게 답해주었다. 미리 모든 걸 알고 있을 필요도, 처음부터 거창한 리더십을 가질 필요도 없다고. 하지만 일에 마음을 더 쏟아서라도 한 단계 올라서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개발 리드 타이틀을 한번 잡아보라고. 리더로서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이 꽤 재미있을 거라고.